1. 2022년 7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시작한 투자사업에서 실패를 겪었다. 올해 초부터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내가 투자하던 자산들의 가치가 폭락하며 95만 달러, 한화로 약 12억 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2016년 뉴욕으로 유학을 온 후 스스로 악착같이 일구었던 재산이어서인지 허탈감과 아픔이 예상보다 크게 다가왔다.
2. 사업이 본격적으로 무너지는 지난 몇 개월은 미국에 온 후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지 않았다 싶다. 그 전에도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저녁에 잠을 자는데 지장이 생긴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녁에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눈을 뜬 채로 아침을 맞는 일이 허다했고 살면서 처음으로 타이레놀,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살았다.
3. 돈을 어느정도 잃고 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조언으로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일주일도 되지 않아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나서는 평상시와 비슷한 감정상태가 유지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돈을 잃기 전과 비교해서도 마음이 불행하거나 우울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사실 더 가볍고 쾌활하게 지내고 있다.
4. 마음이 조금 가라앉자 현실적인 고민이 다가왔는데, 바로 먹고 살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 후 몇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는데 - 첫째, 원래 일하던 금융업계로 돌아가는 것. 둘째, IT업계 등 금융업계가 아닌 곳으로 취직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고 사업을 마무리 할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5. 얼마 간의 고민 끝에 마지막 옵션을 선택했다. 현시점에서 사업은 접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지난 일년 반 동안 해 온 것을 매듭짓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전쟁으로 따지면 무작정 줄행랑을 치는 것보다는, 왜 졌는지 복기도 해보고 이리저리 흩어진 패잔병도 모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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