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영주권을 지원해주는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퇴사 의사를 밝혔는데, 우리 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나를 잡아주어서 아직 얼떨떨하다. 나와 같이 일한 동료들, 상사들이 만들어준 기적이 아닌가 싶다.

 

2. 무엇보다도 내 담당 임원 Anissa에게 정말 큰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퇴사 의사를 밝힌 후 약 2시간 동안 Anissa가 HR Global Head, C-level 임원들을 만나서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내 매니저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정책상 H-1B를 반드시 거쳐야 영주권 지원을 해주는데, Anissa가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영주권 지원 결정을 도와주었다. 

 

3. Anissa는 프랑스 출신 임원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여성으로는 손 꼽히는 퀀트다. 내가 카이스트를 다닐 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김지희 교수님과 나이, 인상, 느낌이 비슷하다. 2013년 김지희 교수님을 처음 뵈었을 때, "영호는 유학 가세요."라고 하셨었는데 그 이야기가 아직도 너무 감사하고 생생하다.

 

4. 자신의 방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며 "Youngho, we want to work with you."라고 했는데, 머리가 망치로 친 듯이 멍하면서 마음 속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는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내가 알고 있던 리더십의 정의는 모두 잘못된 것이었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울림을 주는게 리더십이었다.

 

5. 내게 오퍼를 주었던 다른 스타트업에서는 약 1달 반동안 인터뷰를 하며 시간을 끌었었다. 또, 오퍼를 준 조건이나 연봉, 일하는 위치 등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 속 깊이는 내키지 않았었다. 이 회사의 오퍼를 두번이나 거절하고, 심지어 바베큐까지 참가한 상황에서 거절해서 내게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이 일로 대가를 치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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