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절에서 명상을 했다. 예전에 대체 무엇이 진리인지 모르겠다는 요지의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어릴 적에는 "저 직장만 가지면 행복해질 것 같아.", "저 여자와 자면 세상 다 가질 것 같아.",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 와 같은 소망들을 성취함으로써 내가 자유로워 질거라 생각했는데, 이러한 모든 생각과 욕망들이 결국은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 맛보는 것에 의해 종속되는 불완전한 사고 체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했었다. 

 

 

2. 그 후로 몇달 간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진리란 무엇인가? 세상에 불변하는 것이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살아왔었고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그러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진리나 불변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흥미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풀어서 적어보고자 한다. 

 

 

3. 내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는 거울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쁜 마음이 생기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면 싫은 마음이 생긴다. 내가 원하는 직장을 가지면 행복해했다가, 직장 안에서 일이 너무 많으면 힘들어하는게 내 마음이다. 즉, 마음은 외부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따라 언제든지 변하는 변덕스러운, 일시적인 어떤 것이다. 그러나 명상을 하다보면 이 마음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내가 갑자기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화에 딸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 내가 화가 났구나. 조금 있으면 다시 괜찮아지겠구나."하고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마찬가지로 내게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좋아하지 않고 "아 지금 내 마음이 즐거워 하는구나. 조금 있으면 또 가라앉겠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4. 즉, 마음이나 생각, 인식, 욕망, 언어 모든 것들은 일시적이고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내 마음을 관찰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내 마음이 화가 났을 때 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마음을 관찰하는 이 무엇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화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화나고 기뻐하는 마음을 관찰할 뿐이다. 나는 마음으로만 이루어지지도, 생각으로만 이루어지지도 않은 것이다. 마음, 생각도 아닌 무엇인가가 있어서 내 마음과 생각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5.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몸에 오한이 들고 공포심이 생겼다. 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온 몸이 떨렸다. 내 안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살면서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스님께 무섭다고 말씀드리자, "그거 알고 나면 원래 공포심 생긴다."라고 하셨다. 스님께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쭈었으나 스스로 조금 더 생각해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6. 오늘 이 경험을 하며 영혼과 전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생각도 아닌 이 무엇은 내 육체를 잠시 빌리고 있는 것이고 내 육체가 소멸해도 이 무엇은 변하지 않고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쳐다보는데 내가 보는 모습이 내가 아니고 어떤 육신을 빌려쓰고 있을 뿐이구나, 내가 보는 것은 남이구나라는 것이 느껴져서 귀신이 들릴 것 같았다. 아직도 소름이 끼치고 한편으로는 지적으로 미친듯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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