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2] 코스톨라니
1. 최근 일요일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투자 책들을 몰아서 보고있다. 한국에 있을 때 André Kostolany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재미있게 읽고는 같은 저자가 쓴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를 읽었는데 역시나 돈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2. André Kostolany는 헝가리 출신 투자자로 철학을 전공한 후 18세부터 증권투자를 시작한 이래 유럽 전역에서 활동한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이다. 헝가리 출신의 투자자로는 그 유명한 George Soros도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Soros도 철학을 공부하였다. 뛰어난 투자자들 중에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은데, 투자는 철학을 하는 것처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자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 예전, 서울의 자산운용사에서 일을 했을 때 주변의 많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을 보면서 투자자의 자질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항상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를 읽고, 주변을 수소문해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고, 다른 펀드매니저가 사는 주식을 따라 사기도 하는 등 투자 결정의 대부분을 남에게 의존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뛰어난 투자자가 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다. 투자자는 시장이 과열되며 대부분 사람들이 장밋빛 미래를 그릴 때 다가오는 먹구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관론에 빠져 있을 때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 있는 증권 전문가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같은 리포트를 읽고, 비슷한 지표를 보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독창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다.
4.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한명인 워렌 버핏이 "뉴욕의 현인"이 아니라 "오마하의 현인"인 것을 들 수 있다. 뉴욕에는 적어도 십수만명의 투자 전문가들이 있는데, 인구가 50만 명도 되지 않는 오마하에 사는 워렌 버핏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 투자자는 한명도 없다. 이것이 워렌 버핏이 가장 똑똑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뉴욕의 증권 전문가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워렌 버핏은 오마하에서 독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5. 마찬가지로 한국의 뛰어난 투자자들 중에서는 여의도가 아닌 외지에 사무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 가치투자의 대가인 최준철과 김민국은 판교에 회사를 차렸고 몇년 전 한참 핫했던 존 리 아저씨도 종로에서 투자 분석을 하고있다. 이는 투자에 있어서 독립적인 사고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6. 다시 코스톨라니의 책으로 돌아와서, 공감이 가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몇몇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6-1.
내가 처음으로 증권시장에 갔을 때, 매우 점잖고 나이든 신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젊은이, 여기서 뭘 하는가? 나는 자네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저는 알렉산더 회사의 수습 사원입니다."
"아, 그래? 자네 회사 사장은 나와 가까운 친구라네. 내가 자네에게 증권시장에 대해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지. 사람들이 여기서 하는 말이나 충고 따위는 아무 쓸모가 없다네. 모든 것이 오직 이 한 가지 사실에 달려 있지. 주식시장에 주식보다 바보들이 많은가, 아니면 바보들보다 주식이 많은가?"
나는 이 격언을 지금까지고 명심하고 있으며,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출입하던 증권 거래소가 1평방미터 당 허풍쟁이들과 바보들의 밀도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6-2.
오늘날과 같이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도사'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메릴린치의 분석가요 월스트리트의 천리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로버트 파렐 씨도 있다. 한 번은 그가 증권시장에 관한 논쟁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다음 계곡으로 가기 위해서 증권 시장은 하나의 봉우리를 만들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승운동이 계속되어 기대하지 않은 높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이 말은 마치 "만약 수탉이 퇴비 위에서 운다면 날씨가 변하거나 지금처럼 그대로 있을 수도 있다"와 같이 유치한 수준의 예측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6-3.
1907년 월스트리트 증시가 폭락하고 있을 때 한 기자가 전문가에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증권시장은 동요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나는 한마디를 덧붙이겠다.
"깃발이 나부끼게 될 것이다."
7. 코스톨라니는 이처럼 책의 전반에 걸쳐서 금융 전문가들에 대해서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비판을 이어간다. 물론, 그는 주식시장에 대한 뛰어난 통찰들도 잊지 않고 언급한다. 투자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니, 인생의 풍류를 즐길 줄 아는 老 투자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코스톨라니의 책들을 읽어 보아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