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22-05-05] 퇴사 그리고 사업

영햄영햄 2022. 5. 6. 00:20

1. 올해 일적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다. 올해 초 영주권을 받고 회사에서 진급을 했다. 또, 4년간 같이 일했던 직속상사가 퇴사를 하고, 나는 팀장이 되어 4명의 직원을 관리하게 되었다. 회사 내에서 내가 생각했던 일들이 이루어졌는데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다.

 

 

2. 인간관계나 연애, 가족으로 해결되지 않는 허전한 느낌이 있었다. 올해 초부터 매일같이 20분씩 명상을 했는데, 이 허전한 느낌이 옅어지지 않고 오히려 한층 더 강화되었다. 한번은 명상 중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지끈거려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주말에 내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인 "Warren Buffet"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그 이후 며칠간 삶의 방향을 틀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삶이 너무 존경스러웠고, 어떻게든 그 사람이 사는 방식에 한 걸음 가까이 가야겠다는 생각과 회사 생활을 계속 해서는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3.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내 방식으로 해보고 싶었다. 나는 큰 시장에서 투자를 하고 싶어서 미국에 왔고, 그것도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내가 진급을 하고 영향력이 강해져도 나보다 영향력이 강한 사람은 항상 있었고, 내가 CEO가 되더라도 이 프레임이 바뀔 것 같지 않았다. CEO는 이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는가. 2020년 12월에 내가 적었던 글이 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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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직장이 첫 직장이라 일에 대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결국 회사일을 통해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회사일은 결국 남의 일을 하며 나를 세상에 맞추며 살아가는 방식이고, 내 뜻을 온전히 펼치는 방식은 아닌 듯하다.
일이 어렵거나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남의 일을 하는 것에 조금씩 정이 떨어지고 있다. 제도권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모두 배운 후에도 늦지 않다는 주변의 조언 덕분에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욕망을 차분히 억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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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 지난달 중순 임원 Andrew에게 퇴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Andrew는 깜짝 놀라서 내게 일주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다가 일주일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 후 사람들을 만나고 쉬면서 생각을 정리했지만 마음에 변화가 없었다. Andrew에게 같은 마음을 전하자 알겠다고 했고, 조금 급작스러우니 세달만 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5.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주변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반이고 걱정하는 사람이 반이다. 나는 결정을 내릴 때, 내가 죽기 하루 전에 어떤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너무 자명하다. 사업을 하면 후회할 가능성도 있고 후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사업을 시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년 수입이 30만불에서 제로가 되어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후회없는 길을 간다는 믿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