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7-09-29] 종교

영햄영햄 2017. 9. 30. 04:38

1. 뉴욕에 와서 일요일마다 절에 다닌지 반년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멀뚱멀뚱 서 있었었는데, 지금은 제법 친해진 사람들도 있고 절에서 생기는 사소한 일들을 맡아서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최근에는 절에 가장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었다. 

 

 

2. 처음 종교 생활을 생각했던 이유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이것이 불교든, 이슬람교든, 기독교든, 사이언톨로지교든 상관이 없었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인이 뉴욕에서 갈만한 곳은 불교, 천주교, 기독교 세 곳들 중 하나인데 불교와 이들 사이에는 교리에 있어서 큰 차이점이 있었다. 먼저, 천주교와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 실천하고, 그 분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된다. 나도 예수님을 너무나 존경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 내게 와닿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더라도 나는 내가 직접 겪어보고 깨닫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라,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불교에서는 이미 개인 모두의 마음 속에 부처가 있고 이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된다.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불교를 선택했다.

 

 

3. 우리 절에서는 처음 가자마자 나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나는 원래 이런건가보다 했었는데, 알고보니 처음 온 사람에게 시키는 경우는 드문데 그 날이 정말 바쁜 날이었다고 한다. 나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과외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고, 종종 건설 현장이나 공연 철거와 같은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들을 했었다. 군대에서도 머리 쓰는 보직을 너무 하기 싫어서 장교들에게 빌다시피 해서 전투병에 자원했었는데,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절에서 설거지를 시키니 예전 생각도 나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절에서 일을 시켜주는 누나들이 항상 너무 고맙다고 연락을 해 주는데, 사실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절을 이렇게 자주 나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조금 더 에너지를 쏟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나는 예전에 일년 간 서울에 지내면서 한 경영학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학회는 전통도 깊고, 해야할 일도 굉장히 많고, 평생 친구가 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멤버들끼리도 끈끈하고, 한국 사회에서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학회였다. 나는 이 곳에서 한 학기 활동을 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 매주 있는 세션을 설계하는 팀장 역할을 맡게 되었었다. 그런데, 이 학회에서의 활동이 꽤 힘들다보니 동기들도 많이 지친 상태였고 나도 유학과 인턴십 등이 섞여서 학회를 그만두어야하나 고민이 많았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