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6] 대화 그리고 꿈들
1. 어제 구직을 끝내고 저녁에 절에 들러 조금 오랫동안 명상을 했다. 스님이 산책을 하러 가자고 하셔서 함께 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센트럴파크를 한 바퀴 거닐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 놓은 빌딩 불빛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손에 잡혔다.
2. 스님과 평소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은 처음으로 자신이 어떻게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셨다. 스님은 내 나이가 될 때까지는 불교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분이셨다. 40년 전, 내 나이 때에 일련의 일들을 겪으시며 출가를 하셨고 오랜 수행을 하시며 자신의 깊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셨다고 하셨다. 호숫가를 함께 거닐었는데, 바람이 불면 호수의 표면이 출렁이지만 호수 깊이 있는 물은 흔들리지 않는 것에 자신의 마음을 비유하셨다.
3. 스님은 내게 왜 수행을 하냐고 여쭈어보셨다. 나는 수행을 하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돈, 직장, 인맥, 여자, 공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욕망과 생각에 이끌려 다니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욕망을 알아채고 원래의 나로 돌아와 순간순간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다. 즉, 명상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이 기분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서 수행을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4. 스님은 반대로 내게 여쭈어보셨다. "너가 명상을 하면서 편안한 마음을 좋아하는데, 그러면 반대로 시끄러운 마음은 싫어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셨다.
5. 아차 싶었다. 나는 마음 속에 편안한 마음과 시끄러운 마음이라는 또 하나의 분별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6. 오늘도 꿈을 꾸었다. 칼 융과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만큼 사람의 무의식을 잘 담아내는 것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 기억에 남는 꿈들을 계속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어떤 공항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만이 승객이었다. 신기한 것은 내가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비행기의 구조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스턴에 가면 항상 만나는 20년 지기인 친구가 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보스턴에 없었고 나는 홀로 보스턴에 가고 있었다.
- 예전에 Barclays Quant Trader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면접을 가기 며칠 전 꿈에 뱀이 나왔다. 나는 작은 독사(毒蛇)를 내 손에 쥐고 있었고 이 뱀이 내 손을 물어 온몸에 독이 퍼지는 꿈이었다. 그렇다고 독이 해롭지는 않았고, 나는 이 독사를 손가락으로 콱 눌려서 죽였었다.
- 최근 면접 결과 발표가 있기 며칠 전이었다. 이날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꿈을 두 개나 꾸었다. 첫 번째는 내가 야외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불 아래에 벌레들이 바글바글했다. 나는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어서 호수를 끌어다와 이 벌레들을 다 씻어 버렸다. 이 꿈이 충격적이라 새벽에 깨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또 다른 꿈을 꿨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 사자 두 마리가 와서 학생들을 치거나 물어 뜯고 있었다. 유혈이 낭자했다. 나는 한 빌딩으로 대피했고 예전에 나와 몇 번 만났던 누나가 잘 대피했는지 전화를 걸었다. 아직 밖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빌딩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사자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내 손을 강하게 치고 지나갔다. 아프진 않았고 그 순간 꿈에서 깼다.
- 수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꿈이다. 나와 친구가 백호에게 쫓겼는데 강을 건너고 산을 넘었는데도 끝까지 쫓아왔다. 계속 도망가던 우리는 절벽을 만났고, 절벽 바로 옆에는 나무가 있어서 나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도 호랑이가 나무 위까지 쫓아오자 나는 친구라도 살리려고 호랑이를 붙잡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죽었는데 뛰어내리는 순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스님께 이 꿈을 여쭈어보니 수행을 하면서 마음에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아직 안개가 다 걷히지 않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었다.